비오는 밤 주차하다 '쾅' 수백만원 날리더니…100억 '잭팟' [긱스]

입력 2023-10-11 09:13   수정 2023-10-11 09:32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투명한 유리벽에 전기를 흘려보내자 불투명하게 변합니다. 이런 기술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똑똑한 유리 '스마트 윈도' 기술입니다. 몇 년 전부터 연구되고 있는 분야지만 아직 상용화된 곳은 많지 않은데요. 이 기술을 갖고 최근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100억원 넘는 뭉칫돈을 모은 회사가 나왔습니다. 현대차 사내벤처 출신인 3년차 스타트업을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회의실 유리벽이 투명했다가, 안이 보이지 않도록 뿌옇게 변한다. 자동차 뒷자리 창문으로 따가운 햇빛이 비치자 자동으로 선팅이 짙어진다. 비가 오는 밤에는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빛이 조금 더 잘 들어오도록 창문의 투과율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프라이버시를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 밖에서 아예 안이 보이지 않도록 창문을 제어하기도 한다.

이런 똑똑한 유리인 '스마트 윈도'는 몇 년 전부터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든 분야다. 차광과 채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친환경' 키워드까지 잡을 수 있어 주목받았다. 하지만 비싼 생산 비용과 기술력의 한계 탓에 상용화가 더뎠다.

그럼에도 한 신생 스마트 윈도 필름 개발 스타트업은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124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법인 설립 만 2년 4개월차인 이 회사의 누적 투자액은 150억원에 육박한다. DSC인베스트먼트, 슈미트, TBT파트너스, 킹고투자파트너스, 대덕벤처파트너스 등 VC들이 이 회사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현대차 스핀오프 회사 디폰 얘기다.

'똑똑한' 유리
한경 긱스(Geeks)와 만난 이성우 디폰 대표(사진)는 "유리의 한계는 명확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리는 어디에나 있다. 이 대표가 말한 유리의 치명적인 단점은 열 전도율이 높다는 것이다. 또 투명한 탓에 사생활을 보호할 수가 없다. 건물에는 블라인드나 커튼이, 차량에는 틴팅 작업이 활용되는 이유다.

디폰은 유리에 붙이는 필름을 만든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강화유리는 통상 2장이 결합된 이중접합 구조다. 유리와 유리 사이에 기능성 필름을 끼워넣어 스마트 윈도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필름에 전기적 신호를 가해 빛의 투과도를 조절하고 열에너지까지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폰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고분자 분산형 액정(PDLC) 필름이다. 평상시 불투명 상태를 유지하다가 전압을 흘려주면 빛이 투과되는 정도를 조절해 유리를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반대로 평상시 투명한 유리에 전압을 주면 불투명하게 바뀌는 기술도 갖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정전이나 사고 같은 위험 상황에서 전기가 끊어지면 빠르게 투명 상태로 돌아가는 게 장점이다.



회사는 '차세대 스마트 윈도'인 VPLC 기술도 갖고 있다. 투명한 유리를 검정색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검정색을 띠는 자동차 틴팅 같은 곳에 적용해 틴팅 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빛은 기본적으로 모이면 하얀색이 되는데, 기존 스마트 윈도가 하얗게 불투명한 유리를 만들었다면, VPLC는 반대로 검정색을 만들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며 "특정 분야에 치중돼 있는 기존 스마트 윈도 회사들과는 달리 다양한 기술을 두루 갖고 있는 게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도움을 줄 대형 파트너사를 확보한 점도 경쟁력이다. 유리 제조 회사가 대표적이다. 디폰은 KCC글라스와 손잡았다. 동우화인켐과도 협업한다. 두 회사는 디폰의 투자자기도 하다. KCC글라스는 향후 현대차에 들어갈 스마트 유리를 만든다. 또 다른 투자자인 호반건설도 향후 건축물에 디폰의 기술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산업의 끝에 있는 '엔드 플레이어'를 파트너로 둔 덕분에 이들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며 "생산 라인을 확보해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고 말했다.

회사가 잡은 또 하나의 키워드는 ESG다. 스마트 윈도를 통한 열 차단 기술이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덕분이다. 지난해 8월 통과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는 스마트 윈도에 대한 30%의 세액공제 혜택이 포함되기도 했다. 또 국내에서도 건물에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한다는 골자로 '제로에너지건축물'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냉난방 에너지 절감에 강점을 가진 스마트 윈도 기술이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세심하고 최적화된 건축·모빌리티 환경을 만들면 더욱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년 뒤 12조원 시장"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했고, 현대차에서는 주행안전 기술 개발·평가를 맡았다. 몇 년 전 미래를 배경으로 한 현대차의 자율주행 광고 속 주인공 '샐리'가 자율주행차에서 수면 모드를 실행하자 창문이 까맣게 변하고 주위의 네온사인 불빛이 가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

어느 비오는 밤엔 선팅을 짙게 한 차량을 타고 나갔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창문을 내리지 않고 야외에 주차를 하다 출고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새 차'를 박아버려 몇백만원을 날렸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창업의 계기가 됐다. 이 아이템을 갖고 현대차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H스타트업에 지원했다. 공동 창업자인 강한솔 이사와 함께 2021년 분사했다. 그는 "대기업 사내벤처로 시작할 수 있던 건 행운"이라며 "기본적으로 지원이 넉넉한 편이고, 테스트베드로서의 다양한 기회도 있다"고 말했다.

디폰은 해외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릴 계획이다. 유럽 시장의 거점으로는 독일을 낙점했다. 뛰어난 완성차 제조사들이 있는 데다가 친환경 건축물 규제도 엄격한 축에 속하는 나라다. 늦어도 내년까지 현지 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또 냉난방 에너지 효율화가 필요한 중동 같은 더운 지역에 진출할 채비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 윈도 시장은 3년 뒤 약 12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유리가 있는 곳은 모두 시장이 된다"고 했다. 이어 "5년 내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상장에 도전할 것"이라며 "환경, 사생활 침해, 조망권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하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리고 덧붙였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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